미국의 주택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대 중반, 헤지펀드를 운용하던 마이클 버리 박사는 주택 시장에 상당한 거품이 끼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당시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 담보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 흔했다. 버리 박사는 조만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그들에게 돈을 꿔줬던 금융 기관들이 파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애덤 맥케이 감독의 영화 ‘빅쇼트’ 도입부의 내용이다. 위에서 언급된 버리 박사 역할로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이 출연했고 브래드 피트와 라이언 고슬링·스티브 카렐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연기했다.
- ▲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서 버리 박사를 비롯해 몇 명의 ‘괴짜’ 투자자들은 주택 시장의 붕괴에 베팅한다. 극 중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데에 돈을 건” 셈이다. 그들의 예측은 맞아떨어졌고,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기에 이른다. 리먼이 파산 보호를 신청할 당시 자산 규모는 6390억달러에 달했다.
빅쇼트는 ‘청불(청소년 관람 불가)’ 딱지가 붙은 영화임에도 예매율 5위를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출연진 덕이 아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 A급’ 배우 열댓명도 흥행 보증 수표가 못 되는 냉정한 영화판에서 빅쇼트의 흥행은 의미있어 보인다. 증권이라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주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뤘다는 점에서도 빅쇼트의 인기는 ‘의외’의 현상이다.
영화가 상영될 당시 관객들의 반응이 기억난다.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다. 소재가 다소 지루할 수 있음에도 그들은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씩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도 들렸다. 관객들은 그렇게 미국 경제가, 더 나아가 세계 경제가 기울던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관객들이 본 것이 비단 8년 전 미국 경제의 붕괴뿐이었겠는가. 아마 그들은 미국의 주택 시장이 무너지는 장면에서 현재 우리 증시, 더 나아가 글로벌 증시의 위태로움을 봤을 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주식시장이다. 지난해 6월 5178.19까지 올랐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7일 2638.3까지 내렸다. 너 나 할 것 없이 추천했던 중국 주식형 펀드는 최근 1년 동안 최대 60%에 달하는 손실을 내고 있다.
우리 증시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4월 2189.54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4개월만에 180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700대를 넘어 800까지도 무리 없이 오를 것 같았던 코스닥지수 역시 현재 600대 중후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금 전세계 주식시장은 언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과 같다. 갖가지 변수에 노출돼있으며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세계 경기는 침체됐고 주가지수는 지금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빅쇼트를 보고 올해 전세계 증시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다면, 과한 걱정인걸까.
출처 : 조선비즈 노자운 기자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01/20160201005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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