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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다"/뉴스

글로벌 경제 괴롭히는 '지정학적 위험' 네 가지

①러시아 군사행동 ②중국과 주변국 분쟁 ③중동 테러 위험 ④사이버 공격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2016년엔 세계에 어떤 위험들이 있을까. 우선 10년간 이어진 초저금리에 따른 자산 가격 왜곡, 중국 경제구조 변화로 일어난 수요 변동, 유럽 경제 위축 등 경제 분야의 위험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러시아, 중국, 중동, 사이버 세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 군사력을 휘두를 수 있는 핵(核) 강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시리아 등 외국에서 군사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국민에게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각인시키고 국내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원유 수출로 나라 살림을 꾸리는 러시아는 유가 하락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이미 푸틴은 국민에게 재정 긴축을 예고했다. 러시아의 또 다른 경제적 무기는 서유럽과 터키에 수출하는 천연가스지만, 최근 터키가 러시아 대신 이스라엘에서 가스를 수입하기로 하는 등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푸틴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지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 국민 대다수는 아직 가난하지만, 중국 전체 경제 규모(GDP·국내총생산)는 미국과 맞먹는다. 중국은 GDP 크기에 비례해 군사비에 막대한 돈을 쓰고 해외 원조에 나선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다소 낮아지더라도 중국 GDP는 미국이나 유럽의 GDP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중국은 세력 팽창에 몰두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대(對)아프리카 원조,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 발표 등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서방과 평화적·협력적 관계를 이어가길 원하긴 하지만, 서방은 중국의 세계 질서 재편 시도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공격, 이슬람 수니파·시아파의 종파 갈등 등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대립은 중동 지역을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은 중동 지역의 다른 수니파·시아파 국가들까지 가세한 종파 대결로 번지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은 아라비아반도의 원유 자원 등을 겨냥한 이권 다툼이기도 하다.

사이버 위협은 국경과 군사력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거대한 위험 요소다. 은행과 정부 기관에 대한 해킹 공격, 금융회사와 공공 기관에 저장된 개인 정보 유출, 산업스파이 행위 등 사이버 위험은 광범위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기술 절도 행위를 묵인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전력망, 항공관제 시스템, 송유관, 수도 시설, 금융 시스템 등 주요 인프라(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멀웨어(malware·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하는 소프트웨어) 공격의 피해가 심각하다. 멀웨어 공격을 가하는 것은 일부 국가의 정부뿐만이 아니다. 개인과 비정부 단체들도 인터넷이나 암시장을 통해 해커를 고용해 얼마든지 멀웨어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사이버 무기는 일반 군사 무기보다 적은 돈으로 구입할 수 있고 전 세계 어디든 공격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미래에는 적을 공격하거나 협박하기 위해 사이버 무기가 더 많이 쓰일 것이다. 문제는 아직 사이버 공격을 차단하거나 배후를 명확히 밝혀낼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세계경제를 뒤흔들 위험 중에서 지정학적 위험을 강조한 것은, 이 문제들이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고 앞으로 세계경제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조선비즈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08/2016010801893.html?related_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