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시선을 받은 인물이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다. 레임덕에 시달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세간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버락 오바마·존 매케인 민주·공화 양당 대선후보조차 잠시 미디어의 초점에서 벗어난 반면,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FRB는 미국경제의 구원투수이자 조타수로 주목을 받았다.
FRB의 구조는 ‘이사회(Board of Governors)-지역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s)-민간 회원은행’으로 이뤄져 있다. 이사회는 임기 14년의 이사(Governors) 7명으로 구성된다. 이사들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에서 인준한다. 이사회는 은행 지급준비금·자금보유고 기준을 정하고 은행시스템을 감독·규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은행은 총 12개(지점 포함 25개)가 있다.
■ 지역연방준비은행별 관할지역
■ 지역연방준비은행별 자산 규모
금리를 결정하는 FOMC
페더럴펀드는 한국의 콜시장과 같은 일종의 ‘은행간 자금도매시장’이다. 이 시장이 필요한 것은 FRB ‘지급준비금 규정’ 때문이다. 각 은행들은 준비금을 일정 수준으로 맞춰놔야 한다. 그래서 일시적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준비금을 채우고도 돈이 남아 있는 다른 은행들에게서 하루 단위로 돈을 빌린다. 이런 하루 짜리 초단기 대출, 이른바 ‘오버나이트 거래’의 대출금리를 페더럴펀드금리라 한다. FOMC는 바로 이 금리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민간은행들이 “사실상의 시장조작”이라며 반발하자, 그 타협책으로 33년 FRB 체제 개편이 이뤄졌다. FRB는 이사회에서 이전에 당연직 이사였던 재무장관을 이사회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독립성을 높였으며 시장조작을 공개화·제도화하기 위해 FOMC를 만들었다.
FOMC의 정례회의는 연간 8회 열린다. 연초 회의와 중간 회의는 의회에 제출하는 경제전망을 작성하기 위해 열리며 회기는 보통 이틀이다. 다른 회의의 회기는 하루다. 경제위기 시에는 의장이 긴급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9·11 테러가 일어났던 2001년도에는 정례회의 8회 외에 긴급회의가 3차례 열려 11회 연속 금리인하가 결정됐다.
이 회의에는 FRB 이사 7명과 지역은행장(Directors) 5명 등 12명이 투표권을 갖는 ‘멤버’로 참석한다. 법규에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FRB 의장이 통상 FOMC 의장을 맡으며, 지역은행장 중에서 당연직 멤버로 참석하는 뉴욕은행장이 부의장을 맡는다. 나머지 11명의 지방은행장들은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순번제로 투표권을 갖는다.
멤버가 아닌 지역은행장들은 ‘참석자(participant)’ 자격으로 회의에 참가하는데, 발언권은 있지만 투표권은 없다. 의사록에서는 금리에 대한 발언자들의 의견을 정리할 때 ‘전원(all)’에서 ‘대부분(most)’, ‘많은(many)’, ‘몇명(several)’, ‘소수(few)’, ‘한명(one)’과 같은 식으로 표기한다. 이런 표현들을 통해 다수의견인지 소수의견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FOMC는 뉴욕은행의 독주를 막기 위해 순번제 멤버 제도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전체 자산보유고 중 대부분을 갖고 있는 뉴욕은행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현 뉴욕은행장으로서 이번 위기대처에 한 몫을 한 티모시 가이트너는 2003년11월 취임했는데,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99~2001년 재무차관을 지냈는데 아시아 외환위기 뒷처리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버냉키 체제가 단명으로 끝나게 되면 차기 FRB 의장이 될 것으로 손꼽힌다.
FRB의 기본 기능은 통화공급량을 결정, 경기를 조절하고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통화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다. 90년대 호황 시절까지만 해도 “FRB는 금리만 조절하면 된다”는 것이 통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 위기로 인해 통념은 깨졌다. 정부의 기능을 최소화한 시장중심주의는 고삐풀린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지 못했다. 은행들 규제와 시장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 금융기관들이 부실해졌고 헤지펀드 투기가 기승을 부렸으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은 이익을 빼내 자기 배를 채우기에 바빴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자유시장 중시와 통화조절에 바탕을 둔 FRB 체제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성패를 단언하긴 힘들지만 FRB와 재무부가 중심이 되어 이번 금융위기 대응 과정을 주도한 것만은 분명하다. 뉴스위크는 최근호에서 버냉키 의장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거대 금융회사 간부들을 만나 부실기업 인수합병 협상을 중재하는 등 금융산업 재편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면서 “대공황을 전공한 경제학자 출신 FRB 의장이 위기시대의 수퍼히어로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국민 세금으로 월가의 ‘살찐 고양이들’, 즉 부도덕한 금융회사 간부들만 살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FRB는 금리를 인하하고 보유 중인 유동성을 시장에 풀어 급한 불을 끄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FRB가 개별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한 작업을 넘어 직접 기업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업 지원에 나선 것이었다. FRB의 이런 위기대처는 이례적인 것이다.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파산사태 때 정리회수기구를 만들어 부실채권을 인수한 적이 있지만, 현 FRB 체제가 만들어진 1930년대 이래로 FRB가 직접 기업들을 지원해준 적은 없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미국 금융의 ‘마지막 보루’였던 FRB가 ‘금융의 최전선’에 나섰다”며 이런 움직임이 각국 중앙은행들의 역할 변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조사통계국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기적으로 경제 현황과 전망, 금리 정책방향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 중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세 가지는 보고서 표지의 색깔에 따라 보통 베이지북, 그린북, 블루북으로 불린다.
베이지북은 지역연방준비은행들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경제현황과 전망을 분석한 보고서다. 연중 8차례 FOMC 정례회의에 앞서 제출된다. 12개 지역연방준비은행은 우선 관할지역 기업들을 상대로 청취조사를 한 뒤 이 내용을 총괄, 12개 은행 중 한 곳에서 보고서로 정리한다.
FOMC 정례회의에 제출되기 이전에 내용이 공개되기 때문에 회의의 분위기를 점치는 주요 지표가 된다. 지난 15일 발표된 베이지북에서는 12개 은행 조사 모두에서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지출과 제조업 생산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발표 뒤 실물경제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가 대폭락을 겪었다.
그린북은 FRB 조사통계국에서 내놓는 경제전망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나와있는 경제 전망에 따라 FOMC의 금리 정책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융기관들과 투자가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린북 자체의 내용은 5년 뒤에야 의사록 전문과 함께 공개된다. 그러나 FOMC 회의 3주 뒤 공개되는 ‘의사록 요지’ 속에 ‘조사 스태프의 예측’이라는 항목으로 이 보고서 내용이 일부 소개되기 때문에 대략적인 정보는 알수 있다.
FOMC 회의에서는 FRB 금융정책국장이 금융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 보고서는 블루북이라 불리는데 그린북과 마찬가지로 5년 뒤에 전문이 공개된다. 블루북은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할 경우, 인하할 경우, 동결할 경우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설명해 FOMC 위원들의 결정을 돕는다. FOMC 회의 1주일 정도 전에 위원들에게 회람된다.
출처 : 딸기의 오들오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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