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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있는 삶/가치

송곳.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드라마다..


1.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해도 되는 상황에선 그렇게 되는거요..
노동운동 10년 하다 사장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란 말이요
당신들은 안그럴거라고 장담하지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 구고신 소장 -


2.


하지만 나도 나이를 헛먹지는 않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면 나 하나는 지킬 수 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렇게 눈을 감고
조용히 세상과 나의 거리를 좁혀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 이수인 과장 -


3.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 구고신 소장 -


4.


도로에 갑자기 뛰어든 고라니가 된 거 같다..
핸들을 잡은 손이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핸들도 브레이크도 자신의 소관이 아님을 깨닫는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경적을 울리며 돌진하는 방법 뿐이다.
(왜 남들 다 잘다니는데 왜 하필 저런 새끼가 껴들어가지고 .. )
비켜줄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안되는 내가 미치겠다.


- 이수인 과장 독백 중 -


5.


복싱 해봤습니까?
링에 처음 올라가면 아무것도 못한다
가드 잠그고 대가리 팍 숙이고 도망만 다닙니다


그게 말은 쉬운데.. 그게 자존심 무지 상합니다
초짜가 맞는 건 당연한 거고 그거보고 비웃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괜히 혼자 욱하게 되는거죠..
그러다 기어이 하면 안되는 짓을 하게되요


잽 한방


그 잽의 의미가 뭐냐?

나한테도 주먹이 있다..


나한테 주먹이 있는거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세상사람 다 아는 사실인데 보여줘 봤자 득될거 없는 그걸 굳이 보여주고 싶은거야
그 한방 때문에 안맞어도 될 것까지 죽도록 맞는 거죠..
그러면 또 안올라갈거같죠?
그런데 또 올라가 왜그러는지 압니까?


잘라고 눈을 감으면 자기가 맞았던 주먹들이 막 보이면서 억울하고 쪽팔리고 엄청 기분더러운데
어느 순간부터 희안하게 자기가 때렸던 한방 그것만 생각이나..
슬쩍 닿기만 했던 주먹이 마치 뭐 대단한 일격이었던 것처럼 부풀려지고 그러다보면
내가 이기진 못해도 완전히 진것도 아니다 뭐 그런 착각이 드는거죠


그러면 다음날 또 올라가 또 터지는 거죠


그래도..자꾸 링에 올라가야 실력이 느는데..



그게 권투니까 가능한거야..


링에서는 말려줄 사람이라도 있지
여기서는 그런거 없잔아요
죽어도 지발로 나가야되
누가 하나 치워주지도 않아


- 푸르미 마트 생활용품 김과장 -


6.


기분이 아주 더럽다
하지만 더이상 혼란 스럽지 않다
난 이미 죽었고
내 발로 알아서 치워져줄 마음은 조금도 없다
날 치워봐라


- 이수인 과장 -


7.


지겹다
강제된 선택지에 시시한 통찰을 덧칠해
마치 새로운 답인양 떠들어 대는 어른인척하는 어른들의 하나마나한 조언들...
그리고 언제나 그 하나마나한 조언들이 정답인 현실...


- 이수인 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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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랬으니까..

세상은 원래 그러니까..

라며 스스로 합리화 시키며 

같은 색으로 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도

낯설어 하지 않는 나를 보며..


송곳은 커녕 바늘도 되지 못했다.


내가 하지 못한 그리고 못할 일들을

드라마로 보고 있자니

사이다처럼 시원해 이수인 과장을 응원하기도 하면서

한켠으론.. 나는 등장인물 중 어떤 인물에 가까운가 생각해보며

지나온 세월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어떻게 살 지 한번 더 고민해본다..